3번째로 공개하는 소설이군요.
역시나 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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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아 (By Airith)
한참을 어지럽게 춤추던 깃털 펜이 멈추었다. 펜을 들고 있는 손이 부르부르 떨리고, 팔이 저려온다. 온몸이 녹초가 되있다. 밤새 쓴 편지를 보니 한숨이 나온다. 이런다고 의미가 있는 걸까. 이 편지가 세상에 공개가 되고 나의 연구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불운뿐인 내 생애는 마치 나의 연구가 세상에 공개되면 안 돼는 것인 양, 운명은 그렇게 내 앞길을 막아오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게 나의 마지막 저항이다. 이 편지가 친구에게 전달 될 것인지, 그리고 그 친구가 온전히 보전할지, 그리고 세상에 공개해 줄지는 운명에게 달린 거다.
몸을 의자에 기대에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 앉았을 때는 검게 물들어가던 하늘이 지금은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다. 이제 잠시 후면 날이 밝고 태양이 떠올라 나무를, 새를, 집들을, 사람을, 그리고 그녀를 비추겠지. 그 옆에 내가 있을 수 있을까? 그녀의 미소를 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난 이 세상에 존재를 잊어버리겠지. 나를 사로잡았던 여인, 세뇨리타 이었을까, 팜프파탈 이였을까. 거칠게만 살아왔던, 나를 그렇게 까지 아껴준 그녀가, 그토록 사랑해준 그녀가 밉기도, 고맙기도, 사랑스럽기도 하다. 우연히도 만났고, 그리고 수많은 만남 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고, 또 여러 사랑 중에 나의 목숨을 걸게 된 사랑은 얼마의 확률일까? 수학의 천재라고 불리는 나로서도 가름할 수 없는 아주 작은, 너무도 작은 확률이겠지.
조금 후회가 된다. 그녀를 사랑한 것도, 어제 그 빌어먹을 녀석의 도발에 발끈한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게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에 후회가 된다. 내 머리 속에 꿈틀 거리고 있는 기하학에 대한 이론들, 5차방정식의 해법에 대한 영감. 아직 할 것이 많이 남았는데 하지 못하고 죽어야 한다는 게 억울할 뿐이다.
난 분명 그녀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녀 역시 날 사랑 했다. 그것을 확신하지만 왜 인지 그녀는 나를 떠나갔다. 아직 그녀의 사랑은 식지 않았어. 확실하다. 그녀의 눈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으니까, 그녀가 오랜 시간 나에게 보여준 그 눈빛 그대로 날 아직도 보고 있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보는, 그 빌어먹을 새끼도 포함하여, 눈빛은 아무감정 없는 눈빛이다. 하지만 날 보는 그 순간만큼은 열정이 살아 숨 쉰다. 그리고 지금은 그 열정이 슬픔으로 변해 간다. 그녀의 눈이 웃질 않는다.
예전부터 들려오던 소문, 그 녀석이 그녀에게 치근대고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 그리고 가문의 돈과 힘으로 그녀를 농락하려 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었다. 그때마다 그 녀석에게 경고를 했었지만, 언제나 그 녀석은 나를 비웃을 뿐이다. 그리고는 말한다.
"가난한 수학자 양반은, 그냥 앉아서 숫자놀음이나 하시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그녀와 당신의 결혼은 그녀의 아름다움의 빛을 바랠 뿐이지요. 당신은 그녀를 지켜줄 힘이 없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냥 얌전히 물러나시지요."
그 녀석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비꼬았다.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밖에 말하지 못하는 귀족 녀석. 결국 자신의 능력으로 무언가 해볼 위인은 아니다. 그렇게 흘려 넘겼다. 그녀의 사랑을 받는 것은 나이기 때문에.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녀와 오랫동안 같은 시간을 공유하려면, 쓸데없이 감옥에 갈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 이전에 그 음습한 공기와 차가운 벽은 더 이상 느끼고 싶지도 않았고.
하지만 바로 어제 그녀는 나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 녀석에게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내 앞에서 도망치듯 사라졌다. 울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은 미안함의 눈물이 아니었다. 분노와 억울함, 안타까움의 눈물이었다.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 녀석의 계략에 넘어가 버린 거라고, 그래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녀석과 결혼해야 하는 것이라고. 분노가 치밀었다.
그래서 달렸다. 이곳저곳을 수소문해 그 녀석이 지금 있을 곳을 찾았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고급 식당. 그녀석이 자주 간다는 식당으로, 상류층의 귀족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식당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한다고 했다. 분명 그곳에서 자신의 결혼을 자축하고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주위에 아첨꾼들은 연신 축하한다고,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조잘대고 있을 것이다.
식당에 도착하자 역시나 생각했던 장면이 역겹게 연출되고 있었다. 보기 만해도 고급임을 알 수 있는 옷을 입은 붉은 머리의 남자가 손에 와인 잔을 들고 서있었다. 주변에는 나름대로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는 녀석의 무리가 식탁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의 옆에 슬픈 미소를 띤 채 와인 잔을 들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었는지 와인을 든 손은 살며시 떨리고 와인은 출렁거렸다. 녀석은 비열한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었다. 바로 옆에 그녀가 힘들어 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지 못 한 채 웃으면서 식당안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결혼을 공표하고 있었다. 식당안의 사람들은 모두들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곳에서 웃지 않는 사람은 단 둘뿐이었다.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저 면상을 날려주고 싶다. 화를 주체 못하고 살며시 떨고 있는 내 옆으로 식당 지배인이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이 있으십니까?"
"아니오."
"그럼 식사하러 오신 겁니까? 때마침 잘됐군요. 마침 저기 보이는 대공작의 자제분 깨서 골든 벨을 울리셨답니다. 옆에 계신 아리따운 아가씨와 결혼을 하신다더군요. 오늘 하루의 매상은 전부 저분께서 내신다고 하셨습니다. 앉아서 식사를 하시지요."
지배인이 옆에서 하는 이야기를 무시한 채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를. 이 수렁에서 구해주고 싶다. 그녀에게 성큼성큼 걸으며 다가갔다. 옆에 있던 식당 지배인이 놀랐지만 날 막지는 못했다. 식당 한가운데 있는 식당에 다가가 그녀의 손에 있는 와인을 낚아챘다. 순간 식당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여기저기서 소곤소곤 거린다.
"가요. 여긴 당신이 있을 곳이 못돼요."
"……."
그녀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아주 작게 얼굴을 가로젓는다.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하지만 더 이상 그녀를 이렇게 둘 수는 없었다.
"일어납시다."
그 순간 나와 그녀의 대화에 끼어든 사람이 있었다.
"갈루아공, 여긴 어쩐 일이오? 공을 초대한 기억은 없네만."
"나도 초대받은 기억은 없소만, 이곳에 저의 연인이 있다고 해서 데리러 왔을 뿐입니다. 그녀와 같이 나가지요. 계속 좋은 시간 보네십시요."
"하하하, 무슨소리 하시는지? 미안하지만 이곳에 자네의 연인은 없다네."
"여기 당신 옆에 앉아 있는 이 아리따운 아가씨가 바로 저의 연인입니다. 오늘 저의 연인을 이렇게 성대한 만찬에 초대해주신건 영광입니다만, 시간이 너무 늦었군요. 데려가야 하겠습니다."
상대하기 싫은 인간이지만, 쉽게 무시할 수도 없는 인간이다. 꼴에 높은 가문의 자제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거뿐이지만, 마음속으로는 이것조차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녀석은 나의 이야기에 잠시 생각하더니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이 거참 갈루아공 안타깝구려."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한다. 무슨 의도일까, 하고 있자니 호탕하게 웃으며 이야기한다.
"과거에 나의 신부가 당신에게 연정을 느낀 적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소, 가엽은 당신의 모습을 보고 동정심을 느낀 게지. 뭐 그렇잖소.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책상머리에 앉아 숫자놀음이나 하는 것뿐인데, 그것조차 대학에서 두 번이나 거절당하고 말이오, 그나마 이제 맘을 바꿔 개혁이다 뭐다 떠들어 댔는데, 결과는 차가운 감옥방. 그리고 병이나 걸려 돌아온 가엽은 사내. 착하고 여린 마음씨의 나의 신부가 그런 당신에게 동정심을 느낀 것도 당연하지. 그렇지만 말이오. 갈루아공. 동정심은 사랑과 다른 것이라오."
녀석은 식당안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크고 우렁차게 말했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듣고 나를 비웃으며 조롱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한 대 치고 싶지만, 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녀석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를 즐기며 나를 향해 몸을 굽힌다. 녀석의 얼굴과 나의 얼굴이 지척으로 맞다아 있다. 녀석은 나의 귀 쪽으로 살며시 속삭인다.
"그리고 말이야, 갈루아공. 자네 같은 가난뱅이가 그녀의 빚을 갚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말게나."
순간 참지 못하고 나의 손이 녀석의 멱살을 잡았다. 순간 주변에 앉아 있던 녀석의 일행이 우르르 일어난다. 날 때려죽일 기세였지만, 녀석은 웃으며 제지한다. 일행들은 주먹을 불끈 쥔체 날 노려보고 있었다.
"이봐, 어쩌려고 그러나? 나에게 손을 댄다면 자넨 무사히 나가지 못할 거야."
비열한 웃음을 짓는다. 녀석의 멱살을 잡은 체 나도 모르게, 생각지 않은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결투를 신청한다. 이기는 자가 그녀의 동반자가 되는 거야. 남자답게 해보자고."
이를 갈며 말했다. 녀석은 웃으며 받아쳤다.
"좋지, 그럼 내일 새벽 동이 틀 무렵 마을 해안 등대에서 보기로 하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나의 손을 뿌리쳤다. 승리를 확신하는 그런 미소였다. '너 따위가 감히 나를'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좋다. 그 때 보자."
대답을 하는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 쳤다. 그녀의 눈은 이제 슬픔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희망도, 미래도, 행복함도, 즐거움도, 아무것도 없이 오직 슬픔만 가진 눈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을 뒤로 한 채 식당을 빠져 나와 집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편지를 썼다.
빠른 걸음으로 식당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 줄 곳 생각했다. 과연 내가 이길 수가 있을 것인가. 무의미한 수학공식들이 나의 머릿속에서 나의 승률을 계산하고 있었다. 대 공작가문의 아들로 어릴 적부터 훈련을 받아온 녀석과, 오랜 시간을 책과 씨름한 나. 이미 승부는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녀석은 비열하다. 분명히 무언가 수를 쓸지도 모른다. 아니 아무 수를 쓰지 않는다 해도, 나에게 불리한 결투다. 그러니까, 난 내일 죽는 거다. 그녀를 이 세상에 혼자 버려둔 체 나 혼자 저 세상으로 떠나는 것이다. 그곳이 천당일지 지옥일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없는 이상 결국 마찬가지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죽음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해보았다. 최소한 나를 기다리면서, 나를 그리워하면서 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난 죽어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그녀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물론 나의 바보 같은 아집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식으로 나의 죽음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 진다. 이제는 마지막 작업에 집중 할 수 있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나의 연구를 정리할 것이다. 이게 몇 시간 전의 나의 생각이었다.
이제 점점 하늘빛이 연해진다. 앞에 놓인 두툼한 편지를 보았다. 아직 더 쓰고 싶었지만, 더 쓸 수 있었지만, 여기까지 하지 않으면 난 생에 대한 그리움으로 결투를 포기할지도 모른다.
난 편지를 봉하고 집사에게 편지를 부탁했다. 초로의 집사는 연민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연륜이라는 것일까? 나의 마음을 읽고 있는 듯했다. 난 외투를 입고 모자를 썼다. 그리고 권총을 챙겨 외투에 집어넣고 집을 빠져 나왔다.
차가운 새벽공기가 피부에 와 닫는다. 밤샘 작업으로 피곤한 내 몸에 긴장을 불어 넣는다. 새벽공기는 코와 입을 타고 폐로 들어온다. 상쾌한 공기가 나의 정신을 맑게 해준다. 밤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몸은 지나치게 가볍고, 정신은 지나치게 맑다. 마치 나의 마지막 결투를 응원해 주는 어떤 존재가 나를 조정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나의 마지막 불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해안가에 도착하니 멀리 방파제와 그 위에 세워진 낡은 등대가 보인다. 이미 날이 밝아왔기 때문에 등대는 자신의 역할을 끝마치고 쉬는 중이였다. 방파제에 가까워지니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고귀하신 대공작의 빌어먹을 아들, 나의 연적이다. 파도 소리에 말소리가 묻히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가자 녀석은 비웃음을 얼굴 가득 띄운 체 나를 조롱 했다.
"이런 갈루아공이 왔군. 난 또 갈루아 공의 허세인줄 알고 돌아가려고 했지, 시간이 조금 늦은걸 보니 결투에 대한 두려
움 때문에 고민 많이 했나 보군."
침착하자. 결투전의 흥분은 승률을 떨어트린다.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이제 시작하자. 룰은?"
"이 동전 보이나?"
녀석은 금화를 꺼냈다. 날은 밝아오고 있었지만 여전히 하늘은 어둑했다. 그 가운데 금화는 밝게 눈에 띄었다.
"이 동전이 떨어지는 순간, 총을 뽑는 거다. 그리고 누군가 죽을 때까지 결투를 계속하는 거다."
난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제 나의 총과 녀석의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한없이 마음을 가다듬고 추슬러 몸이 기민하게 반응 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 녀석에 손가락으로 동전을 튀겼다. 하늘 높이 금화가 떠오른다. 핑그르르 돌면서 금화는 빛을 발한다. 그리고 더 이상 올라갈 힘을 잃은 금화는 괘도를 바꾸어 바닥을 향해 돌진한다. 시선은 녀석을 집중하고 귀는 동전에 집중한다.
동전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녀석의 심장에 총알을 박아줄 것이다. 동전은 점차 아래로 내려온다. 짧은 순간이 더없이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바닥에 닫기 직전 녀석이 등지고 있던 등대의 문이 덜컹 하고 열렸다.
그리고 한 사람이 뛰쳐나왔다. 내가 지금 이 곳에 서있는 이유, 나의 생명의 주인, 아름다운 미소의 그녀가 초조한 얼굴로 나타났다.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움직이던 근육들에 압박을 가한다. 당기면 안 돼. 당기면 안 돼. 나의 사격솜씨로 녀석을 맞출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만일 녀석을 못 맞춘다면, 그녀에게로 총알이 날아갈 확률은 얼마인가? 짧은 순간 머릿속에서 엄청난 계산이 수행되어진다.
모든 피가 머리에 몰린 듯, 머리는 뜨거워지고 몸은 차가워진다. 1%, 단 1%라도 내가 그녀를 맞출 확률이 있다면 나는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 동전이 짤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튀긴다. 그리고 몸을 날리면서 총을 쏘려던 나의 몸이 경직 됐다. 녀석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날려 총을 쏜다.
탕!
단 한발의 총격 음이 들리고 나의 복부에 강렬한 통증이 온다. 그리고 점차 피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피가 솟아 나와 피부를 적신다. 잠시 뜨거웠던 피는 곳 차갑게 식어가 내 몸 전체를 차갑게 만들어준다. 멀리서 가냘픈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울면서 뛰어온다. 그리고는 내 옆에 앉아 내 몸을 끌어안으며 통곡을 한다.
"가지 마요, 안 돼! 안돼요! 살아있어야죠, 저와 약속하셨잖아요, 절 행복하게 해준다고, 영원히 행복하게 해준다고!"
그녀의 울음소리에 골이 아프다. 그래도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이야기 한다.
"미안해요, 하지만. 내가 살아있다면 당신은…….쿨럭. 미련 때문에 더 지옥 같은 고통을, 쿨럭, 맛볼지도 몰라요. 알고, 알고 있었어요. 내가 이길 수 없으리란 걸. 하지만 내가 죽으면 당신은 부유하게, 아무걱정없이 살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있으면, 쿨럭, 당신은 너무 힘들 거예요."
멋지게 말하고 싶지만 자꾸 기침이 나온다. 왠지 꼴사납다. 왼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듬어 주려고 했다. 하지만 왼손에 피가 묻은걸 보고 포기했다. 왠지 죽기 전에 본 그녀의 마지막 얼굴에 피가 묻어 있으면 편하게 지옥에 가질 못할 거 같다. 점차 몸에 힘이 빠지고 차가워지는 걸 느낀다.
알겠죠? 나 없어도 행복해야 해요.
입이 열리지 않았다. 말은 했지만 그녀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이미 난 죽었으니까.
PS.
이 소설은 프랑스의 수학자 갈루아의 삶을 내맘대로 편집해 이야기를 꾸민 것입니다.